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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경향신문 무술년 신년 덕담 인터뷰
작성일 2018-02-11 조회수 985 작성자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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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끼었다고 해가 없겠는가···본래 마음 알면 행복해져

해인총림해인사방장 원각 스님에게 듣다

 

 

  새해를 맞으면 여느 때와 달리 마음가짐을 다시 가다듬게 된다. 학명선사는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라.”저 하늘이 달라졌는가라고 물었다. 지금 여기 이 순간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깨달음이 부족한 속세 사람은 굳이 분별함으로서 그나마 묵은해를 돌아보고 새해 새 마음을 다짐한다.

2018년 새해가 열리던 1, 경남 합천 가야산의 조계종 해인총림해인사를 찾았다. `쇠로 된 나무에 꽃을 피워내는` 서슬퍼른 수행가풍으로 한국 불교를 이끌어온 성지이자 정신적 지주로 여겨진 곳이다. 해인사에는 해인총림 초대 방장인 성철스님과 이후 종정을 역임한 혜암스님, 법전스님 등 큰스님들이 주석한 퇴설당이 있다. 일주문을 들어선 발길은 계단을 오르고 올라 대적광전을 지나 퇴설당으로 향했다.

큰스님들의 뜻을 이어 퇴설당을 지키고 있는 제9대 해인총림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혜암 큰스님의 상좌로 해인총림의 최고 어른인 원각 스님에게 새해 덕담,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지혜를 청했다. 스님은구름에 가려졌다고 태양이 없는 것이 아닌 것처럼, 업에 가려진 자신의 본래 마음자리를 깨달아야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강조했다.

 

 

 -새해 덕담 한 말씀 주십시오.

  “모두가 소통하고 화합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어려운 일들이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화합하고 각자 맡은 일을 해야겠습니다. 임제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入處皆眞)`이라 했어요. 곳에 따라 주인공이 되면서 있는 곳이 다 참되다는 겁니다. 누구든 수처작주 입처개진하면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날이 됩니다.”

  -세상은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한데 사람들은 각박해지고, 정신적으로 많이들 허전해 합니다.

동체대비 정신이 부족합니다. 너와 나, 나와 자연한경이 둘이 아닙니다. 내가 잘돼야 남도 잘되고, 남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동체대비 정신을 깨우쳐야죠. 내 이익만 따지니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않고, 갈등이 빚어지고 각박해집니다. 국제사회도 자국 이익만 챙기려니 지구촌이 시끄럽습니다.”

  -누구나 가치 있고 즐겁고 기쁜, 그런 행복한 삶을 원합니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지혜의 말씀을

청합니다.

  “경봉스님이 통도사 극락암에 계실 때 자주하신 말씀이 있어요. `이 세상에 머리 아프려고 나온게 아니다. 연극 한바탕 멋있게 해라. 멋있게 살아라`라는 말씀이죠. 많은 사람들이 돈 많고, 권세를 가지면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돈을 가져도, 권세를 누려도 늘 부족하고, 끝없이 갈등하고 시비가 일어납니다. 돈을 벌든, 출세를 하든 근본적인 본래 마음자리에서 행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입니다.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겁니다. 근본적인 것, 바로 누구나 저 마다 지니고 있는 본래의 마음을 깨달아 그 바탕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비추지만 그 거울에는 어떠한 자취도 없어요. 많은 이들이 거울 같은 본래 마음자리를 등지고 욕심이라는 업으로 살아갑니다. 하늘에 구름이, 안개가 끼었다고 태양이 없습니까? 구름과 안개라는 업에 가려 태양, 본래 마음자리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죠. 행복은 마음의 평안일 텐데, 그러자면 업에, 구름에 가려 빛을 내지 못하는 본래 마음자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걸림도 경계도 없이 진정 자유롭고 모든 일이 활발해집니다.”

 

  - 그 본래 마음자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수행, 마음공부를 해야죠 본래 마음자리를 찾는 것이 물론 쉽지 않고, 잘 안됩니다. , 나쁜 습관 때문이죠. 목동이 소를 데리고 풀을 뜯기러 가는데, 소는 자꾸 곡식밭으로 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순간의 즐거움, 만족을 위해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합니다. 소가 곡식밭으로 가면 목동이 어찌해야죠? 고삐를 당겨 못 가도록 해야죠. 우리도 고삐를 당겨 스스로 자신을 단속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겐 고삐가 없어요. 어떻게 단속하죠? 참선하고 염불하고 기도하고 경을 읽는 겁니다. 수행을 통해 나를 단속하는 겁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 때 이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불교의 지혜, 부처님 말씀을 꼽아주신다면.

  “구름이 오고 가지만 사실 허공은 변함이 없고, 파도가 일든 사라지든 바다는 여전합니다. 세상살이에는 좋은 일, 나쁜 일, 뜻에 맞는 일, 맞지 않는 일 등 수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구름과 파도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 구름, 파도는 실체가 없고, 고정돼 있지 않습니다. 반야심경에 `오온개공도일체고액,이란, 말이 있습니다. 쉽게 요약하면 오온이 공임을 알면 일체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죠. 오온은 세계의 모든 구성요소이자 세상일이며, 공은 구름이나 파도처럼 실체가 없다는 의미입니다. 구름과 파도 같은 실체없는 온갖 일, 곧 허상은 갖가지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그 허상에 집착해 괴로워하는 겁니다. 허상 너머의 근본, 즉 본래 마음자리를 깨달아야죠.”

 

  -불교적 수행이나 명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세상이 복잡하고 정신적으로 힘드니까 그런 것인데... 껍데기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여기서 서울을 가자면 제대로 노정을 잡아야죠. 수원에 가서 서울이라 생각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 찻잔에 흙을 넣고 물을 부으면 흙탕물이 됩니다. 그런데 한참을 지나면 흙은 가라앉고 위에는 맑은 물이 있어요. 그 찻잔을 흔들면 다시 흙탕물이 됩니다. 어떡해야 합니까? 근본적으로 흙을 없애야죠. 일시적 명상이 아니라 참선 수행을 했으면 합니다. 불교의 중도사상을 바르게 이해하고 현실생활에 적용해 실천해야 합니다. 중도는 그냥 중간이 아니라 태어나고 죽는 것, 있고 없는 것, 착하고 악한 것, 옳고 그른 것, 이 모든 양변을 내려놓는 겁니다.”

  -빈부격차 심화, 세대 갈등에 이어 보수와 진보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습니니다. “정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 보수는 보수 입장에서만, 진보는 진보입장에서 자기 이해관계만 챙기고 따집니다. 그러니 일이 제대로 안되고 싸움만 벌어지죠.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일이라면, 때로 보수도 보수를, 진보도 진보를 내려놓아야 일이 성사됩니다. 상대의 시각도 과감히 수용하는 큰 정치, 동체대비 정치를 해야 합니다.”

 

  -근래 정신적지주가 되어야 할 각 종교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불교의 경우, 수행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부처님 당시 마승비구는 여법한 행위, 높은 인격과 고상한 인품으로 이교도인 사리불과 목건련을 감화시켜 부처님께 귀의케 했습니다. 모든 종교인들은 사람들을 저절로 감화시킬 정도가 돼야 합니다. 스님들은 도사(道士)`가 아니라 마승비구처럼 부처님의 깨달음을 사람들에게 감화시켜 인도하는 도사(導士)‘가 돼야 하는 것이죠. 일부 여법하지 않은 일로 불교 자체, 부처님의 사상 자체가 폄훼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출가 50년을 맞아 후학들이 금산식을 마련했습니다. 깨달음을 찾아 50년의 수행정진을

 했는데, 깨달음의 맛은 어떠합니까.

  “깨달음의 맛, 직접 깨달아 봐야지 설명 듣는다고 이해될까요? 절집에서 깨달음의 맛을 선열미, 해탈미라고 하죠. 세상의 맛은 달고 시고 등 여러 맛이 있는데, 선열미는 이 모든 맛을 극복한 맛이라고 할까요.”

  -해인총림방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시고자 합니까.

부처님 법은 얼마나 좋고, 또 해인사 도량은 얼마나 좋습니까. 부처님 법이 이론적으로만 세상에 알려지는 게 아니라 실생활에 적용됐으면 합니다. 사람들이 해인사에 와서 부처님 법으로 힐링하고, 재충전해 더 나은 일상생활을 하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원각 스님은 아직 불교에는 산문을 걸어 잠그고 용맹 정진하는 스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은 동안거이다. 스님은 이번 동안거 결제법어를 통해 대나무 그림자 빗질해도 섬돌 먼지 안 쓸리고, 둥근 달빛 바닷물 꿰뚫어도 물에는 자국이 없네라며 정진하고 또 정진해 화두를 타파해 확철대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인총림 성철· 혜암· 법전 등 큰스님들의 수행가풍을 진작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글 도재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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