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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 법문

제목 무술년하안거 결재 법어
작성일 2018-06-04 조회수 1211 작성자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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戊戌年 夏安居 結制 法語

 

海印叢林 方丈 碧山源覺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주杖子)를 세 번 치시고>

 

우인제경불망심(愚人除境不忘心)이요

지자망심부제경(智者亡心不除境)이라

 

어리석은 사람은 대상경계를 제거하고 마음을 잊지 않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을 잊고 대상경계는 제거하지 않는구나.

 

용아거둔 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질문이 매우 어렵구나.”

조사의 뜻과 부처님의 뜻은 같습니까? 다릅니까?”

조사는 부처님보다 나중에 왔다.”

조사는 무사사문(無事沙門)입니까?”

사문이라면 무사(無事)해서는 안 된다.”

어째서 무사(無事)하면 안 됩니까?”

 

용아거둔(龍牙居遁)선사는 취미무학(翠微無學) 임제의현 스님 회상에서 공부했으며

동산양개 선사의 법을 이었습니다. 세 명의 선지식을 찾았고 한결같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을 물었습니다. “동산(洞山)의 물이 거꾸로 흐른다면 너에게 일러 주겠다

양개선사의 말에 크게 깨친 뒤 8년동안 시봉하면서 함께 살았습니다.

뒷날 담주(潭州) 용아산에서 산문을 열고 많은 후학들을 제접했으며 스승을 찾아다닐 때

했던 질문과 똑같이 이 법문도 조사서래의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사문이라면 무사(無事)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삼세제불도 무사인(無事人)이며 역대 조사 또한 무사인 입니다. 무사(無事)란 해야 할 일을 모두 마쳐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이며 일대사(一大事)를 해결하여 더 이상 해야 할 일이 없는 경지를 말합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본래의미와는 달리 아무 일이 없는 것을 궁극적인 경지라고 여기는 무사선(無事禪)이 제방(諸方)에 횡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일상을 있는 그대로 그냥 보내면서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지견과 알음알이조차

세우지 않는 것을 도()라고 생각하는 병통이 종문(宗門)에 만연하게 됩니다.

유위(有爲)의 사()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여 다시 무위(無爲) ()라는 경계에 속박된다면 이 또한 큰 허물입니다. 정작 마지막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 위해 흑씨(黑氏) 바라문이 양 손에 오동나무 꽃을 들고 찾아왔습니다.

선인아! 놓아라.”

바라문은 왼 손의 꽃 한 송이를 버렸습니다.

선인아! 놓아라.”

바라문은 다시 오른 손에 들었던 꽃 한 송이마저 버렸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선인아! 놓아라.”

그러자 그 바라문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물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거늘 무엇을 놓아라 하십니까?”

 

세존께서는 두 손에 든 꽃을 버리라고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냥 놓아라고 했을

뿐입니다. 처음 놓아라고 했을 때 버릴 것은 6(六根)입니다. 두 번째 놓아라고 했을 때 버릴 것은 6(六境)입니다. 세 번째 놓아라고 했을 때 버릴 것은 6(六識)인 것입니다. 이 말씀의 낙처(落處)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근경식(根境識)이라는 18(十八界)를 일시에 놓아 버린 뒤 더 이상 버릴 것이 없다는 생각까지 버려야

제대로 놓아 버린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친 것입니다.

사실 무사(無事)라는 것은 일이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일 없다는 생각도 없는 것이며 또한 일 없다는 생각조차 사라졌다는 그 생각까지 없어진 경지입니다.

이렇게 되었을 때 이것이 참된 무사인 것입니다. 만일 일로써 일을 없애려고 한다면

일이 하나 둘 늘어날 것이며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없애려고 한다면 도리어 마음이

세 개 네 개 더 생기게 될 것입니다. 경계를 대할 때 마다 근본으로 돌아갈 줄 알아야 하며 대상을 만날 때 마다 도()에 합치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평상사(平常事) 속에서 본분사(本分事)를 발휘할 때 제대로 된 공부인이 되는 것입니다.

엄양(嚴陽)존자가 조주선사에게 물었습니다.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을 때는 어떻게 합니까?”

내려놓아라.”

한 물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무엇을 내려놓으라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도로 짊어지고 가거라.”

 

골짜기는 메아리로 대답하지만 항상 비어 있고 보배구슬은 광채를 뿜지만 제 자신을

비추지 않는 법입니다.

 

임제스님은 황벽스님 밑에서 공부했습니다.

그 수행 태도는 아주 순수했습니다. 이것을 본 수좌(首座) 목주(睦州)스님이

지금까지 조실(祖室)스님에게 법()을 물은 적이 있느냐?하고 물었을 때

임제스님은아직 묻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라고 물어야 될지 몰라서 못 물어 봤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라도 가서 불법의 근본 뜻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보아라.

임제스님은 바로 가서 물었습니다. 그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 전에

황벽(黃檗)스님은 바로 후려 갈겼습니다.

임제스님이 내려오자 수좌(首座)스님이 물었습니다.

문답(問答)은 어떻게 되었는가?

제가 묻는 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조실(祖室)스님은 바로 후려 갈겼습니다.

저는 무엇이 무엇인지 통 모르겠습니다.

수좌스님은어쨌든 다시 가서 물어 보아라.

임제스님이 또 가서 물어도 황벽스님은 또 후려 갈겼습니다.

이와 같이 세 번 묻고 얻어맞았습니다. 임제스님은 수좌스님에게 말했습니다.

다행히 스님의 자비(慈悲)하신 지도를 받아 조실(祖室)스님에게 법()을 물었으나

세 번 묻고 세 번 얻어맞았습니다. 그러나 제 업장(業障)이 두터워서 악연으로 깊은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기만 합니다.

하는 수없이 이제는 작별(作別)하고 떠나야겠습니다.

그러자 수좌스님께서

그대가 만일 정히 가려거든 반드시 조실(祖室)스님에게 하직(下直)인사(人事)나 하고 가도록 하게나.

 

 

수좌스님이 먼저 황벽스님에게 가서 말하기를

이번에 법()을 물은 젊은 후배(後輩)는 대단히 여법진실(如法眞實)하오니 만일 와서

하직(下直) 인사할 때에는 잘 지도(指導)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잘만 기르면 장래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되어 천하(天下)사람을 위하여 서늘한 그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임제스님이 가서 하직인사(下直人事)를 하러가니

너는 아무데고 네 마음대로 가서는 안 된다. 고안탄두(高安灘頭)의 대우(大愚)스님에게로

찾아 가거라. 대우스님은 너를 위하여 꼭 유익한 법문을 해 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임제스님은 대우스님에게로 갔습니다.

어디서 왔는가?

황벽스님 회상에서 왔습니다.

황벽(黃檗)스님은 무슨 말이 있었는가?

제가 세 번이나 불법의 근본 뜻을 물었건만 대답은 듣지 못하고 세 번이나 매만 죽도록 맞았습니다. 저에게 어떤 허물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황벽스님이 그대를 위하여 그토록 간절하게 애썼거늘 어찌하여 허물이 있고 없음을 묻는가?임제스님은 이 말을 듣자 크게 깨닫고 말하기를

원래 황벽의 불법이 여러 가지가 없구나.

이말을 들은 대우스님은 임제스님 멱살을 움켜잡고 말했습니다.

이 오줌싸개 같은 멍청아! 이제 금방 저에게 무슨 허물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고

질질 우는 소리를 하던 주제에 뭐!((황벽의 불법이 많은 것이 없다고?)) 큰 소리하니 대체

무엇을 알았기에 그러느냐? 어디 한번 일러보아라.하고 윽박질렀습니다.

임제스님은 대우스님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세 번 쥐어 박았습니다.

대우스님은 그를 밀쳐 버리고 말하기를

너는 황벽黃蘗스님을 스승으로 하라 내게는 관계가 없다.하고 인가를 했습니다.

 

뒤에 위산?山스님은 이 이야기를 끄집어 앙산仰山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임제스님은 당시에 대우스님의 은혜恩惠를 입었느냐? 황벽스님의 은혜를 입었느냐?

앙산스님이 말했습니다.

호랑이 머리를 탈 뿐아니라, 또한 호랑이 꼬리를 붙잡을 줄도 알았습니다.

 

원래로 형상이 없어서 털끝만한것도 세울수 없는 곳에서 허공과 만유가 열리는 것입니다.

 

 

取不得 捨不得이여.

不可得中 只마得

이로다.

 

취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음이여.

가히 얻을 수 없는 가운데 이렇게 얻음이로다.

 

또 결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잘못하면 아주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숨 쉬다가 안 쉬면 來生입니다.

부처님 말씀에 사람 몸 받기 힘들고 부처님 법 만나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공부할 수 있을 적에 공부를 해야 됩니다. 애써 정진해서 공부를 성취하도록

합시다.

 

단어사상통무사(但於事上通無事)하고,

견색문성불용롱(見色聞聲不用聾)이로다.

 

단지 일을 하는 중에 일없는 도리에 통해야 하며

색을 보고 소리를 들음에 귀머거리와 봉사처럼 할 필요는 없구나.

 

 

<주장자(주杖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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