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마당

방장스님 법문

제목 병신년 동안거 반결제 법어
작성일 2017-08-30 조회수 637 작성자 원당암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丙申年 冬安居 半結制 法語

                                                   海印叢林方丈 碧山源覺

 

<상당(上堂)하시어 주장자(柱杖子)를 세 번 치시고>


백년허환몽중구 百年虛幻夢中軀나.
개중유인근정진 箇中有人勤精進이어.
홀망지중명차사 忽忙之中明此事하면,
영겁불매시천진 永劫不昧是天眞이로다.

일생이 짧고 허망한 꿈속 같은 일이나.
그중에 부지런히 정진하는 사람이 있어.
바쁜 가운데 이 일을 깨달아 낸다면.
영겁에 매하지 않는 천진불이로다.

중국 송(宋)나라때 도겸스님이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한때 대혜선사의 심부름으로 먼곳으로 다녀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종원(宗元)스님과 같이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도겸스님이 공부에 열중한 나머지,
『너무 너무 답답하다. 어떻게 깨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종원스님께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종원스님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무엇이든지 너를 위해 도와주고 싶다.
그러나, 여기에 다섯가지만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이것은
네 자신이 스스로 해야지 나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러면 그 다섯가지란 무엇이냐. 말해줄 수 없는가?』
이렇게 부탁을 받고 종원스님은
『예컨대 네가 배가 고프다든가 목이 마르다든가 할 때에는 아무리 내가 먹고

마시어도 너에게는 소용이 없다. 마시고 먹는 것은
네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
그리고, 대·소변을 하기위해 변소에 가고 싶을 때에도 내가
네 대신 대·소변을 해줄 수 없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이몸이다. 이것을 끌고 다니는 것은
네 자신의 다리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가 너를 위해 걸어줄 수 없지 않느냐.』
하는 말아래 깨닫게 되었습니다.

심수만경전 心隨萬境轉하니,
전처실능유 轉處悉能幽라.
수류인득성 隨流認得性하면,
무희역무우 無喜亦無憂로다.

마음은 만가지 경계를 따라 흐르는데.
구르는 곳이 실로 능히 그윽하도다.
흐름을 따라 본성을 알아 얻으면.
기쁨도 없고 또한 근심도 없다.


조주종심(趙州從?)선사가 물었습니다.
『사중득활시여하 死中得活時如何오.
죽었다가 살아날 때 어떠합니까?』
투자대동(投子大同)선사가 이르되,
『불허야행투명수도 不許夜行投明須到라.
야간통행을 허용하지 않더라도 날이 밝으면 도착할 것입니다.』

혜암스님께서도 ‘공부하다 죽어라’고 하셨습니다. 공부하다 죽으면 그것이

수지맞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수지맞는 일이란 공부하다가 죽는 그것이야말로

참으로 제대로 사는 길인 까닭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사중득활 死中得活’입니다.
사중득활을 위해 우리가 이렇게 결제를 하고 또 동안거 한철내내 애써 정진하는

것입니다.
화두를 타파하기 이전의 중생모습은 살아도 제대로 살아있는 것이 아닌 산

송장이기 때문입니다.

춘추시대에 한신(韓信)장수는 병사들이 더 이상 물러날 자리가 없도록 강물을 등에

지는 배수진(背水陣) 전략으로 마침내 승리를 거둡니다.
또, 항우(項羽)장군은 분주파부(焚舟破釜)의 지략으로 초나라 3만 군대로서

진나라 20만 부대를 격파할 수 있었습니다.
강을 건넌 다음 배를 불사르고 병사들로 하여금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확고한

정신무장을 통해 전투에 임하도록 한
까닭입니다.
그리고, 3일분 밥을 짓고는 그 가마솥마저 부숴버렸습니다.
먹을것이 떨어지기 전에 전쟁을 승리로 끝내야 한다면서 독려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다. 또, 더 이상 먹을 것도 없다.
그러니 여기서 살아나가려면 죽을 각오로 싸우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이것이 어찌 전쟁터만의 일이겠습니까?
우리가 하는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명(無明)에서 벗어나려면 죽을 각오로

공부를 해야 됩니다.
화두 역시 절박하고 간절함이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참선하다가 제대로 죽기만 한다면 또 살길이 열리는 것이
이 공부의 묘법인 것입니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적의 성벽으로 올라간 뒤

사다리를 걷어차버린 자세로, 돌아갈 배를 불 태워버린 각오로서 결제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은산철벽을 타파해야 됩니다.
중봉명본(中峰明本)의 제자인 천암원장(千巖元章) 은
“배수진원증용건 背水陣圓增勇健”이라고 했습니다.
배수진을 치면 용맹성과 강건함이 증가된다고 한 것입니다.

배를 불사르는 계략은 있지만 가마솥을 깨뜨릴 용기가 없거나, 후퇴하는

지모는 터득했지만 관문을 쳐부수는 힘이 부족하다면 더욱 용맹정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강을 건너기도 전에 미리 배부터 태워 없애거나 강을 건너야하는

본래 목적을 잊고서 뗏목에만 매달리는 것도
큰 병통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만약 노를 저을 줄도 모르고, 키를 잡을 줄도 모르면서 뗏목을 버리거나

배를 없앴다면 이는 장삼이사(張三李四)에게 다시 점검을 받아야 하는 수모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어쨌거나 배수진의 각오로 안거(安居)동안 스스로를 다그친다면 최소한 이런

허물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구덕홍례(具德弘禮)선사는,
『유시일할(有時一喝) 배수출진(背水出陳)』이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내지르는 할은 강물을 등지고 전투에 나서는 것과 같다는 말씀입니다.
간절하고 절박하게 공부할 때 비로소 진정한 본분납자라고 할 수 있고 그리고,

제대로 결제할 수 있는 학인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일부터 부처님 성도일을 기해서 일주일간 용맹정진을 합니다.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서 애써 열심히 정진을 잘 하도록 합시다.

함지사지이후생 陷之死地而後生이며,
치지망지이후존 置之亡地而後存이로다.

사지에 빠진 다음에야 살아날 수 있으며,
망지에 놓인 다음에야 생존할 수 있도다.

악 喝!


<주장자(柱杖子)를 한 번 치시고 하좌(下座)하시다.>

 

다음글다음글 병신년 동안거 해제 법어
이전글다음글 병신년 동안거 결재 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