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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 법문

제목 포산해인 종사 영결조사
작성일 2017-09-01 조회수 692 작성자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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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산혜인 종사 영결조사

 

 

불일(佛日)이 서쪽에 기울고 조사의 심인(心印)도 희미해지니, 진주는

흙탕물에 잠기고 달빛마저 그 그림자를 숨겼습니다. 영단에 걸린 진영 앞에 한

 줄기 향로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도 없는 팔공산에는 한여름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가늘게 울립니다. 한 짝 신발로 잠깐 오셨다가 이렇게 정법의

자취를  남겼으니 다섯 천축국 어느 나라에서 돌아가는 그 모습을 만날 수 있겠습니까?

스님께서는 평생 스승으로 의지한 일타대종사의 족적을 따르고자 노력하였으며,

스승의 법문녹음을 수백번 경청하며 당신 것으로 체화(體化)하였습니다.

 이는 양초심지의 불을 다른 심지에 붙인 것처럼, 불조(佛祖)의 가르침을

그대로 잇고자 한 것입니다. 그 법등(法燈)은 전등(傳燈)이 되었고, 이제

그 등불은 제자들의 몫이 되어 세세생생 이어져 나갈 것입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법보전에서 하루 오천배씩 이백일간 이어진 일백만배의

각고정진은 일심으로 이루어진 일배일배를 통해 지난 시절의 모든 허물을 참회를

통해 덜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후학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참선하는

사람은 좌복 위에서 죽기를 서원해야 하고, 법사는 법상 위에서 숨을 거두겠다는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는 일성(一聲)을 통해 정진과 전법이 둘이 아님을 평생 실천한

종문(宗門)의 귀감이요 이 시대의 대선지식이었습니다.  
  
전국사찰을 다니면서“부모은중경” 법문을 통하여 내 부모님이 살아있는 부처님이며,

또 모든 사람이 내 부모 아님이 없음을 설파하셨고, 그런 마음이 곧 부처님 마음임을

알게 하여 효심과 불심이 둘이 아님을 일깨웠던 것입니다. 항상 초발심시절을 잃지

않았고 그 마음이 늘 지속되면서 고향인 제주도에 동양제일의 법당 약천사 창건을

통해 나라와 스승과 부모와 신도와 도반들의 다섯가지 은혜를 대작불사로 보답한 것입니다. 

시적(示寂)하신 한 어른을 살아있는 무수한 후학들이 보내드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살아있는 한 어른이  도리어 죽어있는 무수한 대중들을 보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조주(趙州)선사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열반종사께서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수천의 사부대중들에게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이 결코 둘이 아니라는

생사불이(生死不二)의 도리를  설함없이 설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모두는 제대로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조계문중(曹溪門中)에 일척신(一擲身)하니
석정증다(石鼎蒸茶)하여 헌종사(獻宗師)로다
조계의 문중에 한 몸을 내던졌으니
돌솥에 차를 다려 종사께 올립니다.


                                                             2560(2016)년 6월27일 해인총림 방장 원각 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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