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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스님 법문

제목 정유년 신년사
작성일 2017-09-01 조회수 627 작성자 원당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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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丁酉)에 혜일(慧日)을 기다리며 천고(天鼓)를 두드리니

                                                                                     海印叢林方丈 碧山源覺


월면불(月面佛)은 병신(丙申)을 되돌아보며 현월(弦月)아래에서 거문고를 켜고
일면불(日面佛)은 정유(丁酉)에 혜일(慧日)을 기다리며 천고(天鼓)를
두드립니다. 
문득 납월삼십일 정월초하룻날 자시(子時)에 일월(日月)이 서로 만나
박장(拍掌)하고 대소(大笑)한 이후에 각자 서쪽 또 동쪽을 향해 걸어갑니다.
 
새벽닭이 홰댓를 치면서 계명성(鷄鳴聲)을 남섬부주(南贍部洲)에 울리니  
상서러운 빛은 푸른 하늘을 열고 자주빛 구름은 해동(海東)산하를 두루 덮으니
방방곡곡에 색동옷 아이들의 노랫소리요, 귀밑털이 하얘져도 미소를
머금습니다.   
오복(五福)의 나뭇가지로 부귀(富貴)의 솥에 영화(榮華)의 불을 피우니        
상(床) 위에는 백가지 맛이 구족(具足)되어 법희선열(法喜禪悅)로 가득합니다.

지나간 걱정거리는 가늘게 썰어 흐르는 물에 흩어버리고 
남아있는 번뇌와 망상은  엷게 저며 연(鳶)에 실어 보냅니다.  
혹여 신날 것이 없는 곳이라 할지라도 흥을 돋울 줄 알고 
뽐낼 것이 없는 자리에도 의기(義氣)를 더하는 여유가 있습니다.

은하수는 멀리서 보면 하나이지만 가까이 가면 점점이 별(星)로 나누어지듯
홍류동 개울과 가야산 상두봉은 공간은 같아도 그 모양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정유년에는 열린 눈을 갖추고 은하수 속에서 별들을 개개(個個)로 살피고  
높은 산의 구름을 보면서 곁에 있는  깊은 계곡물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새해에는 높고 높은 봉우리에 설 때도 정수리를 감출 줄 아는 겸손함과 함께 
깊고 깊은 바다 밑을 밟을 때에도 발바닥을 들어올려야 함을 알아야 합니다. 
나아가야 할 때 나아가고 물러서야 할 때 물러설 자리를 제대로 알고서 
일구(一句)에 몸을 나누고 빼내는 묘도(妙道)를 제대로 성취해야 할 것입니다.

새아침 새해가 시방세계를 장엄하니 대지는 변화하여 진불(眞佛)의 국토를
이루고
수를 가득 놓은 주머니를 바람결에 여니 맑은 향기가 멀리 유정물(有情物)의
코를 찌르며
물거울(水鏡)을 장대 끝에 걸어두니 그늘그늘마다 원단(元旦)의 빛을 두루
비춥니다. 

여하시신년두불법(如何是新年頭佛法)이닛고
어떤 것이 신년 벽두의 불법 입니까?
원정계조(元正啓祚)니라
설날 아침에 복이 열리는구나.

 

                                                                      2561(2017)년  원단(元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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